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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깨달은 좋은 습관일상 2021. 9. 27. 23:53
0. 나는 군대를 너무 가기 싫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군대를 가는 것을 굉장히 미뤄왔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청춘을 버리는 것을 아까워서." 그렇게 나는 졸업 한 학기를 남길 때 까지도 군대를 미뤄왔었다. 물론 전문연을 가야겠다고 생각은 많이 했지만 막상 대학원이라는 큰 문을 두니 그 또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 4년간 대학을 다녀보았을 때 공부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긴 하지만(어쩌면 나는 공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24시간 중 12시간 이상을 투자할 만한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도피성으로 선택한 곳이 공군이었다.
결과적으로 군대를 이렇게 늦게 간 선택은 천운이 따른 것 같다! DP에서 보여준 그런 군대에 가게 되었다면 나는 백이면 백 적응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애초에 자존심은 쎈 사람이라서 나보다 낮은 사람에게 빌빌 기는 척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와 내 친구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군대는 "평균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DP에서 보여준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도 있을 것이고, 더한 곳도 들었다. 이번 7월에 전역한 해병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 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광대들이 사는 곳인가 싶기도 한 곳도 있었다.. 만, 적어도 공군에 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 선진병영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다니는 군대 또한 상병이 되면 상병 이상인 병사들끼리 서로 말을 놓으며, 서로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곳이다 보니 분위기 자체는 "군대" 보다는 "조금 군기가 있는 학교"에 가까운 것 같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곳에 오다 보니 차근차근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고, 할일에 치이고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잡다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군대에 와서 많이 변했던 것 같다. 이렇게 변할 수 있게 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적어보겠다.
1. 수면습관 - 잠을 규칙적으로 자는 습관.
항상 많이 듣는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실천하기 굉장히 힘든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잠을 4시간 이하로 자거나 밤새 공부하고 뻗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것들 외에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는 굉장히 많다. 침대에 누우면 기본적으로 1시간 정도는 유튜브를 보게 된다. 가끔씩 재밌는 게 있으면 리미터가 해제되어 3시간 이상 보다가 새벽 4~5시에 자기 일쑤였다. 대학교에 오면 또 늦게 일어나도 되는 요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새벽까지 너튜브를 보느라 생체시계가 완전 망가졌던 기억이 난다.
군대가 여러 가지 말은 많아도 기본적으로 수면권 하나는 정말 잘 지켜주려고 노력한다(물론 이를 보장하지 않는 간부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고...). 10시 30분에 "완전소등, 완전취침" 이 원칙이다. 이렇다 보니 연등을 하더라도 12시, 혹은 동기들과 조금 떠들고 자도 최소한 6시간 반 이상은 잘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밤낮이 바뀐 사람도 훈련소에 가면 귀신같이 10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다. 왜냐? 거긴 진짜 힘들거든" 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12시, 1시까지 보통 못 자고 심지어는 2시까지 간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수명위상지연 증후군"에 걸린 것이 아닐까? 추측도 한다. 자대배치를 받아도 12시 전에 잠이 든 적이 많이 없었다. 결국 수면에 도움이 되는 락티움을 2~3개월간 사서 먹었더니 그나마 괜찮아진 것 같다만... 아직도 12시 전에는 잠을 잘 못 들겠다.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내 몸의 컨디션은 몰라보게 좋아졌고, 휴가를 가서도 꼭 6시 반에 귀신같이 일어나는... 습관을 잡게 되었다!
2. 운동과 식습관 -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나는 군대에서 이룰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를 "건강해지기" 였다. 자대배치 받고 처음 2개월 정도 저녁을 아예 먹지 않았다! 운동까지 곁들인 결과 83kg에서 75kg까지 뺄 수 있었지만, 다시 요요가 와서 다음 4개월동안 그대로 83kg까지 다시 찌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분석을 하니까 적절한? 결론이 나게 되었다.
(1) 처음 2개월 - 운동량 大, 공부량 中, 아침식사량 中小, 점심식사량 中小, 저녁식사량 無
2개월동안 내가 하루도 쉬지 않고 "최소" 3km를 계속 뛰었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날은 4km, 5km, 심지어는 10km(중간에 2~3km 걷는 것 포함)까지 뛰면서 나 자신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하면서 영어단어는 하루에 한 단원씩 외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영어단어를 쭉 훑어보고, 수첩에 내가 모르는 단어를 적어서 부서에 가서 틈틈이 수첩을 보면서 단어를 외웠었다. 그러면서 토익 RC 1000문제짜리 책을 한 권 다 풀었다. LC는 1/3정도 풀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면서 아침식사량, 점심식사량은 그대로 두면서 저녁만 먹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 점심에서 먹는 밥의 양을 줄였던 것 같다(반찬량은 그대로 먹었었다 -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렇게 하는데 살이 안 빠지는 게 이상했다.
(2) 휴가 2주, 그리고 격리 2주 - 운동량 無, 공부량 小, 아침식사량 中, 점심식사량 中, 저녁식사량 中
이렇게 달아올랐던? 내 몸이 휴가, 그리고 격리로 인해서 많이 둔해졌던 것 같다. 격리 때는 한 방 안에서 거의 나오지 못하다시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3km를 뛰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관성이 무너져 버렸다... 한편으로는 잘 쉬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정말 밥 먹는 기계였다고 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부실 도시락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여기는 밥을 굉장히 양심적으로 잘 주었다. 반찬칸에 반찬이 꽉꽉 채워져서 왔다. 그래서 딱 먹기 좋은 정도로 밥이 나왔었다.
(3) 다음 4개월 - 운동량 中→無, 공부량 中→大, 아침식사량 中→無, 점심식사량 中大→大, 저녁식사량 中大→大, 간식 無→中
내가 JLPT를 따게 된 4개월이었다. 처음에는 (1)에서와 같이 영어와 운동을 병행하다가, 서서히 JLPT에 몰입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공부 때문에 연등을 많이 가다 보니 아침에 재취침을 많이 하게 되어 아침을 결국 불취식하게 되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점심식사량, 저녁식사량이 증가했고, 안 먹던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딱 살 찌기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러자 어느새 십의 자리 수가 7에서 8로 증가했고, 예전에는 편했던 옷들이 서서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정도 쯤 되면 나는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할 터인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왜 그러면 살이 다시 찌는 것을 막지 못했을까?
1. "지금도 피곤한데, 운동을 하면 더 피곤해지지 않을까?"
2. JLPT N2 시험이 코앞이야! 근데 내가 과연 통과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
* JLPT를 처음 쳐보는 것이기도 하고 득점등화 때문에 점수가 오락가락 할 수 있다는 말에 굉장히 불안했다
3. (1)과 비교하는 습관 -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더 나아저야 한다" - 운동을 다시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3km를 어떻게 매일 뛰어 등등)
4.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
5. 특정 부분에 신경을 과도하게 많이 쓰는 성격(후술)
사실 스트레스가 스트레스를 불러온다고 하는데,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살이 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생기게 되며, 다른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로 이 악순환을 계속한 결과였다. 설상가상 부서에서 사람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더욱 더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4) 현재 - 운동량 中, 공부량 中, 아침식사량 中大, 점심식사량 中大, 저녁식사량 小
이것을 깨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내가 예전에 했던 습관 - (1)에서 행한 습관들을 하나 둘씩 해보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게 아침 일찍 일어나 밥 먹기였다. 아침을 그냥 세상 걱정 없이 먹으니 점심을 많이 안 먹게 되고, 저녁을 굳이 많이 안 먹고 프로틴 몇 스푼 먹으니 생각보다 버틸 만했다! 그렇게 하니 저절로 에너지가 생기고, 저절로 운동을 한번 다시 해 보게 되었다.
(5) (1)에서의 번아웃, (3)으로 다시 가지 않기 위해서..?!
나는 (1)을 지속가능성을 더 크게 하여 다시 목표를 잡았다.
* 4km 이상 걷자 - 여유가 되면 걷는 것 대신 조금씩 뛰어보자.
* 아침은 꼭! 먹자. 저녁은 단백질 쉐이크나 달걀 몇 알 등으로 간단하게 먹자.
* 헬스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다만 몸이 힘들 때는 굳이 무리하게 하지 말자.현재 2주간 예방적 관찰을 하고 있어 4km이상 걷기 => 1000번 줄넘기 로 한시적 교체하여 진행하고 있다.
3. 여유로운 성격 - 나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고 수용하는 것
군대에 가기 전 나는 뭔지 모르게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제로 가벼운 우울증일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찰에 더불어서 우울증약을 복용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 혹은 군대에 가기 전 나의 가치관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120%를 해서 나를 성장시키자!"
언뜻 보면 맞는 얘기인 것 같다. 다만, 항상 내가 겪었던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이윽고 번아웃이 온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질책이 따라왔고, 그 결과 (비록 가볍다고는 하지만)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었다. 몇달간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다시 회복이 되면 다시 위에 말대로 지나치게 노력하다가 우울감에 빠지고, 이런 것의 연속이었다. 물론 이런 성격이 나태한 나의 본능을 어느정도 지우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그래도 마음 속 깊이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나오는 데에서 어느정도 공헌한 것 같다. 다만, 이게 너무 지나치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하나에 집착하는 모 아니면 도의 성격의 소유자였다. 정말로 내가 주의깊게 생각하거나, 혹은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였던 나는 대인관계, 공부 등 여러 가지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하나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 단짝친구랑만 다니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간관계나 여러 가지를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야 하는 대학교 생활에서는 좋지 않았다. "깊고 좁은" 대인관계, "내가 좋아하는 학문만 좋아하는" 좁은 세계관은 대학교에서도, 나아가 사회에서도 그렇게 좋은 타입은 아니다. 여기서 깊고 좁은 대인관계는 좋은 의미의 뜻이 아닌, 아예 다른 사람과 접촉조차 거의 없는 대인관계를 말한다.
하나에 집착하는 것이 학문적으로는 좋지만, 사람 관계에서는 굉장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인 사이라면 모를까,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이 얼마나 자신도 힘든 일이고, 상대방도 부담스러운 행동일까. 안타깝지만 나는 굉장히 사소한 것들에 여러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이를테면 방문을 여닫을 때 상대방이 시끄럽지 않을까 라던가, 내가 이런 말 하면 상대방이 안 좋게 보지 않을까? 라던가..
학교에서는 휴학을 해도 불안하고, 학기를 들으면 더 불안하고, 심지어 방학 때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하지만 군대는 일과 때 자기 할 것만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편안함이 나를 바꾸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90%만 해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
사실 군대에 오면서 가장 크게 얻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로 하지 않은 것은 10%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피곤하거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10%를 써야 하는 것도 있다.
4. 마치면서
군대에 많은 사람들이 오길 꺼려한다. 다만, 나는 군대에 있는 시간 또한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군대에 관한 이슈들에 섞여 군대에 억울하게 왔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군대에 있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끌려왔다는 말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흙수저라고 금수저 탓만 하는 게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 군대에 왔다고 해서 불평만 하지 않고 이런저런 것들을 깨달아 나가는 것이 승리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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